Q
꿈과 근사 환상(predeath visions)은 증명하기가 어려운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말기 환자 치료 보호소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죽음의 과정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어요. 죽음은 ‘장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삶의 끝에는 우리가 평상시에는 보지 못하는 물리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이 있어요. 우리는 보이는 것이 곧 믿는 것인 세상에서 살고 있죠.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있어야 함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의 연구를 시작했어요.
연구를 증명하는 것은 ‘증명’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는 사랑, 두려움, 우울과 같은 추상적인 것을 증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것이 실제 인간의 경험이며, 측정할 수 있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우리는 환자들의 죽음에 대한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 설문지를 만들었어요. 환자들에게 죽음에 이르는 매일매일의 경험에 관해 질문하였죠. 이는 피실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정신이 혼란스러운 환자는 배제했어요. 환자들의 인지 상태가 온전한지 생각이 명료한지 확인 후, 첫 번째 연구에서 약 500개의 개별 인터뷰를 수집했죠.
Q 죽음과
가까울 때 꾸는 꿈은 평상시 꿈과 어떻게 다르나요?
A 우리가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것은 ”평상시 꾸는 꿈과 달라요.”라는
말이에요. 그들은 꿈이 마치 가상현실같이 생생했다고 말해요.
“나는
평상시 꿈을 잘 꾸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어요.”
이를
수치화 시키기 위해 우리는 0에서 10까지의 스케일로 매겨보았어요. ‘10이 가장 현실성이 높게 느껴졌다, 0이 가장 낮게 느껴졌다’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10을
골랐어요. 심지어 몇몇 환자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믿기도 했죠.
우리는 이어서 꿈의 편안함 정도를 측정하였어요. 그리고 압도적으로 꿈이 편안하다는 결과가 나왔죠. 환자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근사체험을 하는 횟수가 잦아들었어요. 그리고 이전에 사랑했던 이들이 꿈속에 출연하는 횟수도
많아졌죠. 삶의 끝에 다다를수록 사랑했던 이가 출현해 압도적인 안정감과 사랑을 되돌려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Q 왜 몇몇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지면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만한 충격적인 환상을 겪는 걸까요?
A 사람은 결국 죽습니다. 당신이 만약 큰 후회나 고통이 있는 삶을
살았더라면,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 사건들도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요. 그 사건들은 대신 죽음을 초월할
뿐이에요. 우리는 모두 살면서 상처를 입어요. 우리 연구의
약 17%의 환자들은 이런 고통스러운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용서와 사랑의 결실을 보아주는 꿈으로 전환되었기에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해요.
“우리는 모두 살면서 상처를 입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 실험의 한 환자분은 아들이 감옥에 있는 여성분이셨어요. 그녀는
항상 그녀가 엄마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했죠. 그녀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환상 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내려와 그녀는 사실 아주 훌륭하고 헌신적인 엄마였다고 일러주었데요. 그런 부류의 사랑, 용서, 온전함은 사람들이 편안히 마음을 내려놓고 영원히 잠들 수
있도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필요한 평화를 제공해요.
Q 트라우마는 죽음까지 이어질까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트라우마를 겪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음 전 트라우마를 해결한 것을 보았어요. 우리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로 60-70년간 고통받는 참전용사들을 연구했어요. 그중 한 용사분은, 제 책에도 나와 있듯이,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 Guilt로 고생을 하고 있었어요. 그는 삶의 끝에서 꾼 꿈에서 죽은 동료들이 찾아왔고, 67년간 트라우마에
붙잡혀온 본인을 용서하고 드디어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Q 연구의 1/3의 환자들은 어디론가 가려고 준비하는 꿈, 짐을 싸는 꿈, 혹은 무언가를 타고(카누부터 비행기까지 다양했어요) 가는 꿈을 꾸었다고 해요. 그 상징적 의미는 명백하죠. 그들은 ‘전환’중인 거에요They are
in transition. 재밌는 점은 환자들은 꿈을 꾸고 나서 그 꿈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분석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죽음에 이르렀을 때 꾸는 꿈과 평상시에 꾸는 꿈의 차이점은 심리치료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환자들은 더 이상 분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는 듯했어요. 그저
충분히 이해했고 더 요구하지 않았죠.
제게 꿈 해석을
부탁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여행의 꿈’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가이드 같은 사람이 나타나 꿈을 꾸는 사람을 동행해준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항상 사랑받고 있으며 모든 것은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Q 환자들은 환상의 꿈속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나요?
A 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은 어떠한 것을 상징하는 존재였어요. 예를 들어서, 참전용사는 군인을 대표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잃었던 사람은 갓난아기를 만날 가능성이 있죠. 꼭 그들의
아기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이렇게 일종의 개인적인 의미로 연결을 지을 수 있는 임시는 항상 있었어요.
Q 이 꿈들이 그저 환각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섬망(망상 delirium)과
현실을 어떻게 구별하죠?
이 꿈들은 환각이 아니에요. 확실하게
그들의 경험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자각몽이었든 뭐든 간에 우리가 존중해야 할 것이에요.
‘삶의 끝에서 꾸는 꿈’은
섬망delirium과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망상하는
사람의 생각은 통합되거나 정리되지 않아요. 왜곡되고 혼란에 빠져있죠.
망상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매우 괴로워하는데, 통찰력이 없어 눈에 헛것이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이에요. 반면 우리가 말하는 일생에 마지막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생각은 극도로 체계가 잡혀있으며, 꿈을 통해 통찰력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반대로 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은 겁에 질린 고통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매우 흥분해요.
불행히도, 임종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은 치료 약을 먹음으로써 중요한
사적인 임종 경험personal dying experience을 놓쳐요. 결국,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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